2008년 12월 01일
[安經]'새로'나온 신작인가, 새로'나온' 신작인가.
끄적이는 자도 정확히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직장인은 직장인인가보다. 해마다 가을철이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라든지 특정 연령대의 독서량에 대한 통계치를 보여주는 기사가 나곤 했는데, 어찌 이번 해에는 좀 조용히 넘어간 듯 싶다. 아니면 한 작품을 거의 2주 가까이 손에 들고 있을만큼 다른 일을 하느라 정신없어서 미처 거기까지 신경쓰지 않고 보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점점 자신에게 편한 방향으로 바뀌어가는 추세라서 직접 눈으로 글을 한 자, 한 문장, 한 단을 읽는 것보다는 비단 단색의 한 선으로 이루어졌다해도 그려진 그림을 한 번에 보기를 원하고, 마음 속으로 뜻을 되새기며 자신만이 가진 내면의 음성으로 읽는 것보다는 다른 누군가의 음성을 그저 듣기를 원하는 것이 지금 세태 아닌가. 솔직히 많은 훌륭한 문학 작품들은 이미 이런 대중의 요구에 의해서 또는 영화제작자들의 표현 욕구에 의해서 영화화 되었고 현재 그리되고 있지만 역시 한정된 시간, 공간의 제약이 있는 영화보다는 자신의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무한한 상상력이 훨씬 멋지지 않을까?
어쨌든 변명할 이유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던 나날들을 보내는 바람에 여느 때와 달리 분량이 길든 짧든 하루 안에 독파를 하던 끄적이는 자가 거의 2주 가까이라는 시간을 소비했다는 점은 끄적이는 자 스스로도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가 없다. 뭐 다른 일 하는라 바쁘다는데 책 한 권 하루만에 못 읽는게 무슨 부끄러운 일이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번에 '安經'에서 소개할 작품은 이미 '우비의 視線'에서 잠깐 겉표지만 소개해드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따끈한 신작인 『신』이다. 원제는 『Nous les dieux』로 끄적이는 자는 프랑스어를 모르기 때문에 역제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대충 '우리는 신'이라는 뜻이란다. 우선 전체적인 줄거리 등을 소개하기 앞서 작품을 모두 읽어본 끄적이는 자의 짧은 생각에서 나온 평가를 해보겠다.
전체적인 평가는 지금까지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 중에 가장 실망을 많이 한 작품이라고 과감하게 토해내본다. 물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모든 작품을 읽어본 끄적이는 자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를 상당히 좋아하는데다가, 오랜만에 나온 신작이라는 점에서 잔뜩 기대를 했기에 그에 따른 실망이 큰 것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작가의 소재가 나오는 머리 속이 메마른 샘으로 바뀐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까지 들게할 정도였다.
첫째, 『타나토노트』의 속편은 『천사들의 제국』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는가라는 질문에 관한 것이다. 죽음의 세계를 여행하는 거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 사후세계를 증명해 낸 주인공 '미카엘 팽송'과 동료들. 솔직히 『타나토노트』는 사후세계라는 신비로운 소재에 대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과 과학적인 근거의 적절한 조합능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속편이라고 불릴만한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비록 『타나토노트』만큼의 신선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현재 수많은 신도들을 가지고 있는 큰 종교들에서 말하는 천국에 대하여 그렸다는 점과 여러 종교들을 박학다식하게 아우르는 능력은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이 가진 것이 아니었나 싶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받은 작품과 같은 뼈대와 구성, 전개, 등장인물을 사용한다고해서 그 작품들도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작품들보다 훨씬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적절한 반복에는 익숙함으로 인하여 호응을 하지만 너무 많은 반복은 싫증을 내고 오히려 거리를 두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한다면 이번 작품은 너무 많은 반복이었지않나 판단한다.
둘째, 통제하지 못할만큼 너무 큰 스케일을 잡아놓았지만 정작 쓰는 공간은 소녀들의 소꿉장난용 장난감집 같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숫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정작 한 마디 대사라도 하는 인물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작가는 등장인물 숫자에 의미를 주기 위해서 『개미』의 주인공 '에드몽 웰즈'가 쓴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까지 들먹이지만, 막상 작품 속에서 한 번도 제대로 그 의미가 뚜렷하게 나타난 적은 없다. 그저 '한 마디 대사라도 있는' 등장인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필요없는 머리수만 채우고 있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셋째, 우연을 가장한 지나친 작위적인 필연을 너무 사용했다는 점이다. 앞서도 잠깐 언급한 내용이지만 비슷한 소재를 계속 반복 사용한 나머지 소재가 메말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흐름을 끌어나가는데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 있는 물을 억지로 펌프로 뿜어올려내는 느낌을 작품 중간중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이 시련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나 이를 극복해내고 마침내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은 대부분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뼈대요, 구성이자 흐름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살을 덧붙이느냐에 따라서 수많은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여러 장치에서 꼭 신 또는 천사들이 인위적으로 실이 매달린 인형을 조정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간단한 줄거리는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을 이미 읽어본 독자에게는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기 매우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나름 '새로'나온 신작인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독자로 하여금 끄적이는 자의 짧은 생각을 고정관념화 시키는 것 역시 매우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어쨌든 『타나토노트』에서 '미카엘 팽송'이 '타나토노트'가 되는 길을 그렸고, 『천사들의 제국』에서 같은 주인공이 '천사'가 되는 길을 그렸으니, 이번 작품 『신』에서는 같은 주인공이 '신'이 되는 길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나름 지겨운 흐름을 끝냈다고 생각할 때쯤 작품은 또다른 '속편'을 예고하며 마친다는 점 역시 끄적이는 자 개인적으로 실망을 안겨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속편이 우리나라에 출판된다면 『신 2』로 상권, 하권으로 편성되어서 나오려나?
큰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기는 하였으나 단 한 가지, 끄적이는 자의 국적이 한국이라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는 점도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에 대해 제일 사실에 가까운 설명을 작품에 실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중 아픈 부분 역시 사실 그대로를 작품 속에 소개를 하였다는 점은 감사히 여긴다. 물론 그 부분이 작품 흐름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긴하지만 말이다.
작품 속에 수많은 명언이 나오긴 하나, 정작 이번 작품이 아닌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5권'에 나오는 문구라서 이번 '安經'에서는 생략하며 마치고자 한다.
- 끄적이는 자, 우비(woobi@hanmail.net) -
# by 우비 | 2008/12/01 15:50 | 우비의 安經倉庫 | 트랙백 | 덧글(2)




